며칠 전 한 지인이 한낮에 텃밭 일을 하다가 갑자기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그늘에 주저앉았다고 합니다. “조금 쉬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지고 두통까지 생겨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료 결과는 더위로 인한 열탈진이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더위를 먹었다고 가볍게 넘겼던 증상이 이제는 응급실을 찾아야 할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온열질환 신고 환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온열질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단순히 여름 기온이 높아졌기 때문일까요? 폭염의 장기화부터 열대야, 고령화, 야외활동 증가까지 여러 원인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온열질환이란 무엇일까?
온열질환은 높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우리 몸이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입니다.
대표적인 온열질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열탈진
- 열사병
- 열경련
- 열실신
- 열부종
초기에는 심하게 땀이 나거나 두통, 어지럼증, 피로감, 메스꺼움, 근육경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의식이 흐려지거나 체온이 급격히 올라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열사병은 단순히 시원한 곳에서 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어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필요합니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자는 얼마나 늘었을까?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신고된 환자 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2021년 | 1,376명 |
| 2022년 | 1,564명 |
| 2023년 | 2,818명 |
| 2024년 | 3,704명 |
| 2025년 | 4,460명 |
2021년 1,376명이었던 환자 수가 2025년에는 4,460명으로 늘었습니다. 약 3.2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특히 2023년부터 증가 폭이 커졌으며, 질병관리청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온열질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환자 수는 감시체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전국 응급실 참여 의료기관에서 신고한 환자를 집계한 결과입니다. 전체 국민에게 발생한 모든 온열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감시 기간과 참여 의료기관 수의 차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발생 감시 자료
*온열질환 의심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
1. 폭염이 더 일찍 시작되고 오래 지속됩니다
최근 더위는 7월과 8월에만 집중되지 않습니다. 5월이나 6월부터 갑자기 기온이 오르고,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우리 몸이 더위에 적응하기 전에 갑작스럽게 고온에 노출되면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33℃라도 초여름에 갑자기 찾아온 더위가 한여름의 더위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2025년 전국 폭염일수는 29.7일로 평년 11일의 약 2.7배였습니다. 더위가 일찍 시작되고 장기간 이어지면서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 자체가 길어진 것입니다. 기상청 2025년 기후특성 분석
2. 밤에도 체온을 식히기 어려워졌습니다
낮 동안 더위에 지친 몸은 밤에 기온이 내려가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열대야가 계속되면 잠을 자는 동안에도 몸이 충분히 쉬지 못합니다.
수면 부족과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다음 날 다시 더운 환경에서 일하거나 운동하면 온열질환에 더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에어컨이 없거나 환기가 어려운 주거환경에서는 실내에서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폭염일수뿐 아니라 열대야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3. 야외 작업과 농사일 중 노출이 많습니다
온열질환은 단순히 휴가나 운동 중에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농사일, 건설 현장, 배달, 택배, 환경미화처럼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은 폭염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2025년 신고 환자의 약 79.2%는 실외에서 발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실외 작업장이 32.1%로 가장 많았으며, 논밭과 길가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이 일만 마치고 쉬어야지”라는 생각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땀을 많이 흘리고 어지러운 상태에서도 작업을 계속하면 열탈진이 열사병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고령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땀을 배출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갈증을 늦게 느껴 자신도 모르게 탈수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신장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더위에 대한 신체 반응이 달라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025년 온열질환 신고 환자 중 65세 이상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습니다. 농촌에서 혼자 일하거나 냉방시설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어르신이라면 가족과 이웃의 확인도 중요합니다.
5. 도시는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도심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이 낮 동안 열을 흡수했다가 밤에도 계속 내보냅니다. 건물이 밀집해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체감하는 더위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옥탑방이나 환기가 어려운 공간, 냉방시설이 부족한 실내 작업장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야외 기온뿐 아니라 실제 머무는 공간의 온도와 습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6. 더위를 견디는 습관도 영향을 줍니다
“여름이니까 원래 덥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냉방을 지나치게 아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이 마를 때까지 물을 마시지 않거나, 더운 시간에도 평소처럼 운동하는 습관도 위험합니다.
음주 후 야외활동을 하거나 카페인 음료만 반복해서 마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운 날에는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조금씩 물을 마시고, 활동 강도를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사람
다음에 해당한다면 폭염특보와 관계없이 자신의 몸 상태를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 65세 이상 어르신
- 영유아와 어린이
- 임신부
- 심장·신장·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자
- 야외 근로자와 농업 종사자
- 혼자 거주하는 사람
- 냉방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
- 더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사람
만성질환으로 수분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면 물을 무조건 많이 마시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적절한 섭취량을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생활수칙
온열질환 예방의 핵심은 ‘물, 그늘, 휴식’입니다.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기
갈증이 심해지기 전에 물을 마셔야 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날에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더운 시간대 활동 줄이기
기온이 높은 날에는 정오 전후부터 오후 시간대의 야외활동을 줄여야 합니다. 꼭 일해야 한다면 혼자 작업하지 말고 휴식시간을 평소보다 자주 가져야 합니다.
*통풍이 잘되는 옷 입기
어둡고 몸에 달라붙는 옷보다 밝은색의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옷이 좋습니다. 야외에서는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도 도움이 됩니다.
*실내도 시원하게 관리하기
햇빛이 강한 시간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사용하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적절히 활용합니다. 무더위쉼터나 냉방이 가능한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족과 이웃의 상태 확인하기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가족에게는 더운 시간대에 전화해 물을 마셨는지, 냉방기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났을 때 대처 방법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심한 피로, 근육경련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옷을 느슨하게 하고 젖은 수건이나 시원한 물로 몸을 식혀줍니다. 의식이 또렷하고 삼킬 수 있을 때만 물을 조금씩 마시게 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 의식이 흐리거나 반응이 없는 경우
- 몸이 매우 뜨겁고 체온이 높은 경우
-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
- 말이나 행동이 평소와 다른 경우
- 시원한 곳에서 쉬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절대 마시게 해서는 안 됩니다.
*폭염은 참는 것이 아니라 피해야 합니다
최근 온열질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단순히 사람들이 더위에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길어지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며, 야외 작업과 도심의 열 환경이 겹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위를 참는 것을 건강함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어지럽거나 기운이 빠지는 순간은 몸이 보내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잠깐이라도 일을 멈추고 물을 마시며 체온을 낮추는 행동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온열질환은 햇볕 아래에서만 발생하나요?
아닙니다. 환기가 되지 않는 집, 공장, 비닐하우스, 창고처럼 덥고 습한 실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Q2. 땀이 많이 나지 않아도 열사병일 수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열사병이라고 해서 항상 땀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의식 변화와 높은 체온이 나타난다면 땀의 유무와 관계없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Q3. 이온음료를 마시면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되나요?
일상적인 활동에서는 물이 기본입니다. 오랜 시간 땀을 많이 흘렸다면 전해질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당분이나 나트륨 섭취에 주의해야 합니다.
Q4. 선풍기만 사용해도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나요?
기온과 습도가 매우 높은 환경에서는 선풍기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어컨이 있는 장소나 무더위쉼터로 이동해 체온을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Q5. 더위에 익숙한 사람은 괜찮나요?
더위에 어느 정도 적응했더라도 수면 부족, 탈수, 음주, 과로, 만성질환 등에 따라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만 믿고 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질환에 대한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의식저하, 경련, 고열 등 위급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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